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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눈 뜨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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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47 오세호 ()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2011-1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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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수술 후유증으로 얼굴이 변형되고 사지가 마비 된 육십 대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 곁에서 환자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부비며 사랑스럽게 속삭이는 고운 여인이 있다. 천사처럼 아름답다. 그 여인의 안에 무엇이 있기에 무너진 마음을 이기고 이처럼 평화로울 수 있을까?

전화를 걸었더니 컬러링이 들린다.

“내가 원하는 한 가지 주님의 기쁨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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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 그의 남편은 직장 상사에게 돈독히 신임을 받는 오십대 초반의 유능한 회사원이었다. 근면 성실하여 동료들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삼남매를 둔 아빠이기에 아내에게는 기둥 같은 남편이었다.

직장의 업무 때문에 교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교회 다니는 것을 인정해주었고 집사가 된 것을 기뻐하며 크게 자랑하기도 했다.

결혼기념일 퇴근길에는 장미꽃 한 아름 사가지고 와 아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가슴에 안겨주었다. 술 냄새와 장미꽃 향기가 어우러진 남편의 향취가 싫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포옹해주던 남편은 아내의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남편이 과로로 쓰러져 병원 수술대에 오르던 날 그는 아내에게 약속했다.

“퇴원하면 교회에 같이 가겠어.”

수술하고 치료 받으면 바로 회복될 줄 알았다. 한 달만 지나면 회복되겠지. 육 개월이 지나면 회복되겠지. 일 년만 지나면, 삼년 만 지나면 회복 되겠지……. 이렇게 기다린 지 십 년 째이다.

“이런 환자를 놓아두고 어떻게 떠나요. 이제는 이대로라도 오래만 살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내의 말이다.

건강했을 때 그렇게도 같이 가고 싶었던 교회에 이제 휠체어를 타고 병원교회에 같이 출석한다. 건강했을 때 더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아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여보 고마워. 건강했을 때 당신이 권하는 대로 교회에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뒤늦게 이렇게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가게 되어서 미안해. 이다음 천국에서 눈 뜨는 날, 내대신 십자가 지신 예수님께 큰 절 올리겠어. 당신이 오면 당신을 등에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출 거야. 당신에게 잘 해줄게.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사랑 받으니 눈물이 나. 나는 지혜롭게 사는 줄 알았는데 참 어리석었어. 항상 건강할 줄 알았지. 시간도 많이 남은 줄 말았고. 그런데 갑자기 전신 마비가 된 육체 속에서 비로소 나는 깨달았어. 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 영혼도 갈길 몰라 어두움 속에서 두려워 떨고 있다는 것. 어둠 속에서 들려온 사랑스런 음성이 내 영혼에 빛이 되고 길이 되었지. 나는 행복해. 내 영혼에 빛을 전해준 당신 너무 고마워. 결혼식에서 서약한 대로 내 곁을 지켜준 당신 참 감사해.’

남편의 미소 진 불그레한 얼굴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병실을 나오며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린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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