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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칼럼 > 충열의 차 이야기

장충열의 보이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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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충열 댓글 0건 조회 1,525회 작성일 2006-03-10 21:17

본문

장충열의 보이차 이야기

보이차와의 처음 조우는 우연히 이루어 졌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전까지는 지리산 녹차의 맛과 향에 심취되어 있던 때라 눈에 익숙한 다관과 사뭇 다른 자사호도 그렇거니와 벽돌처럼 단단한 보이차 자체도 특이했고 열탕의 차우림도 매우 동적이어서 기존의 녹차 우림과는 너무 대조적인 면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보이차는 난생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맛과 향에 대해서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차탕색이 갈홍색으로 무척 아름다웠다는 것과, 팽주의 빠르고 능숙한 차우림이 여러 순배 돌았을 때 몸에서 열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등줄기에서 땀이 나고 몸이 편한해 짐을 느꼈던 것 같다.
그 후 얼마동안 보이차를 마신 사실을 잊고 있다가 문득 그때 마셨던 차가 생각이나 다시 찾아다닌 것이 90년대 초반 때의 일이니 그 당시 국내에서는 이미 인사동을 중심으로 하여 보이차 열풍이 한차례 지난 무렵이었다.

이제는 내가 항시 머물고 있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차도구가 준비되어 있고, 거의 단 하루도 내 차호에서는 뜨거운 찻물이 식을 줄 모르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처음부터 보이차에 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최고의 명차로 여기는 조기 홍인으로 시작했으니 초보자로서는 과분하고 크나큰 홍복을 누렸던 셈이다. 훌륭한 차를 수년 동안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또한 훌륭한 차 선배를 만난 것이 내 차 생활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차에 관한 많은 지식과 깊은 철학까지도 배울 수 있어 지금도 기회를 제공해준 차 선배님께 고마움을 느끼고 살고 있다.
“차를 왜 마시는가?” 라는 물음과 飮水思㥳(음수사원) 철학을 실천토록 한 가르침은 지금도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영혼의 갈증을 느낄 때 되새겨보는 영원한 화두이다.

落 其 實 者 思 其 水 (낙 기 실 자 사 기 수)
飮 其 流 者 瀤 其 源 (음 기 유 자 회 기 원)

위 글은 과일을 먹을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자는 뜻인데, 이는 매사에 그 근본을 잊지 않음을 강조한 가르침이다. 차를 마심에 있어서도 같은 것이다.
차를 마시는 것이 단순히 목이 말라 마시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에 필요한 일상의 기본예절과 품위 있는 자태를 익히고 생활의 원천인 물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일깨워 주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보이차를 한두 번 맛보고 5년여 마셔온 국내 녹차를 외면해 버린 것이 경솔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되뇌어 보아도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보이차를 마신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어 섰으나 그간에 스쳤던 보이차 종류를 보면 실로 다양하다 못해 화려하다. 1930년대산의 말대긴차(정흥긴차), 송빙호, 조기홍인, 소자녹인, 홍인철병, 간체자철병, 천신호, 조기광운공병, 70야생대엽청병차, 73청병, 7542, 8582까지 마치 800cc급 마티즈로 시속 150km를 정신없이 질주한 격이다.

인간이 즐기는 다양한 취미 중에 광부가 금맥을 찾아 가듯 차 맛을 알아가는 그 오묘한 그리고 심오한 차원의 세계, 바로 보이차의 경지가 으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중국내에서 생산된 보이차라 하여도 지역에 따라 차종이 교목이냐, 관목이냐에 따라 또 대엽종. 소엽종 여부, 차엽 채취 지역의 기후, 고도, 위도 등의 특성에 따라 차엽의 특성이 다르고 맛과 향이 다르다. 그리고 어느 가문에서 어떤 제다법에 따라 제다 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차가 되고,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 해도 보관방법과 보존기간에 따라 발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에 따라 맛과 향, 탕색이 각각 다른 것이 보이차의 특성중 하나인데 이 수많은 조합들의 보이차를 다 맛본다는 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 우려낸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보이차를 가까이 할 수 없게 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마치 호수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시지 못할 것 같아 아예 물을 마시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세상사가 같은 원리인 것처럼 보이차를 마시는 것도 인연법이 적응되는 것 같다. 돈이 많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없다고 해서 안되는 것도 아니다.

보이차 가격이 반드시 품질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희귀성 및 희소성에 따라 품종 및 품질이 다양한 것 이상으로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제는 TV 뉴스나 드라마에도 언급되기도 하고 있으나 보이차가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영역일 수 밖에 없다.
보이차의 선택은 본인에게 적정한 것을 선택할 것을 권하고 싶다. 책에서나 볼 수 있고 구할 수도 없는 보이차를 찾아다니는 것 보다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차중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면 더 효과적일 수가 있다고 본다. 각자가 처해있는 그 위치가 바로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만 밝으면 비록 명품반열에는 오르지 못할지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차는 만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이차를 처음 경험한 사람들의 소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있다.
그것은 주로 품질이 좋지 않은 차를 만나기 때문인데, 정리해보면 보이차가 쓰고, 떫고, 쉰내등 역한 냄새가 나고 곰팡이 냄새 등 칙칙한 맛이 난다, 짚 썩은 냄새, 흙냄새가 나더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이러한 맛이 정통 보이차 맛 인줄 로 잘못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품질이 조악한 차라고 하더라도 열탕으로 3-4회 우려낸 후 마셔보면 변질되기 전의 차성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차라도 마심으로 해서 얻는 장점이 그 차가 안고 있는 단점보다 더 많을 수 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장나무향, 난꽃향, 연뿌리향 또는 해묵은 향이 나고 순하고, 달며, 깊고 풍부하고 탕색이 맑고 투명한 홍갈색이 나타나면 제대로 발효되어가는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차 맛을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꾸준히 노력하면 즐기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모든 감각기관이 정상으로 작용되는 것으로 간주하면 보이병차 30편 정도를 3년 이내에 마셔보면 청▪숙병, 건창 습창, 대엽종, 소엽종, 장향, 연향 정도를 이해하고 구별 할 정도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고 하듯이 꾸준히 마셔보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도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不狂不及(불광불급)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인데 이 늦을 가을에 깊은 보이차 향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지.......

(이 글은 필자가 흥국생명 사보 BEEZINE 2006년 신년호에 게재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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